왜? 영어로 욕을 먹으면 기분이 안나쁠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미국에 살며 대부분의 생활 습관들이 나도 모르게 습득이 되었지만,
내겐 아직도 익숙하지 않고, 들어도 별로 감정이 없는 단어가 있으니..
그건 바로 미국식 욕이다.
워낙 감정을 나타내는 형용사가 발달된 한국에서 태어나 그런지 욕의 일상화는 아니더라도.
가끔 열 받을때나 감정이 격해 질 때 한마디씩 내 뱉었던 욕들에서 묘한 카타르리스를 느낄 때도 있었다.
물론, 내 뿜을때는 카타르시스지만 들을 땐 스트레스 였던건 사실이고...
미국인 남편과 처음 만났을때 난 영어회화책과 사전을 들고 다녔다.
그때 한참 유명했 던 오성식 영어 회화책 이었는데...
그 책에 미국식 욕이 많이 들어있었다.
저자의 의도는 욕을 배우라는게 아니고 욕이 뭔지 알아야 들었을때 대처 할수 있다는거다.
그래서 난 영어를 제대로 알기도 전에 욕부터 배웠다.
근데 이상하게 그 욕들이 재미로 다가왔다.
열심히 외웠다.
그러곤 당시 남자친구 였던 남편에게 그날 습득한 욕들을 날려 버렸다.
이런!..영어도 제대로 못하던 여자가 그것도 남친에게 욕을 잔뜩 했으니.. 그것도 험악한 내용을 담고 있는 그런 욕들을 했으니 말이다.
그걸 듣고 뜨아 했던 남편의 얼굴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왜 나에게 그런 욕을 했냐 묻기에 난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웃겨서!!!..재밌으라고!!!...
근데 웃지도 않고 재밌어 하지도 않고 얼굴이 점점 굳어져 갔었다.
그런 여자와 결혼을 한 남편과 미국으로 이사왔다.
미국으로 오니 일취월장은 아니지만 조금씩 귀가 뚫리며 영어 실력이 점점 늘어가는데도
영어 욕이 욕으로 들리지가 않는다.
하나의 뜻없는 소리로만 들릴뿐이다.
그냥!.. 어!..제 욕하는구나 라구만 인식이 되었을 뿐이다.
내가 욕을 해도 시원하지가 않고 카타르시스가 느껴지지도 않았다.
옛날엔 한국에서 운전하며 누가 끼어들면 "저런! 또라이" 한마디만 내 뱉으면 그냥 마음이 가라 앉았는데.
여기선 그런 상황에서 영어로 뭐라 한마디 날려줘도 속이 시원하지가 않다.
그래서 요즘은 상대가 알아 듣거나 말거나 한국어로 욕을 해준다.
운전하다가 누군가가 제대로 규칙을 안지키고 난폭하게 운전하면..
"저놈은(성별 확인 안한다ㅎㅎㅎ) 운전면허를 발로 땃나?"
가게에서 새치기하는 얄미운 아줌마를 보면..
완전 똥매너시군!..이라고 한다
물론, 그들은 내가 뭐라 하는지 모른다.
괜히 앞에두고 뭐라 하면 싸움 날건 뻔한 일이고..
난 내 마음만 가라 앉히면 되니까...
근데 정말 미스테리다.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말들을 들으면 아!그렇구나 하고 공감이 가는데.
왜 미국욕만은 나에게 아무런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지 않을까?
영어라는 언어가 나에게 실생활적인 면보다는 먼저 교육적인 (욕을 놓고 교육적이란다)면으로 다가와 그런건가?
아니면 영어가 한국어와는 완전 다른 언어체계라 혹, 그 뜻이 반대로 내게 다가오는건가?..설마~~
역사나 미국적인 풍습에 완전히 익숙하지 않아 언어감정이 제대로 내게 전달 되지 않는건가?
갑자기 욕에 왜 이리 심취해 가는지....
그뜻이 내 마음에 깊게 전달되어 좋을게 뭐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