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내 얘기들

닭고기 스프 한그릇에 감동을 받다.

향기향 2011. 10. 19. 06:30

몇년전에 미국에서 발간된 책 중에

Chicken soup for the soul 이란 베스트 셀러가 있었다.

주제는 닭국물과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내용은  닭국물처럼 따스했던 실화를 담은 내용들이 들어 있었다.

사람들의 소소하고 진솔한 일상들 중 감동 받은 얘기들이 들어 있었는데..

마음이 냉정하단 말을 자주 듣는 나와 딸이 읽으며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감동이 슬며시 마음속에 들어 올 때 밀어 낼 장사가 어디 있으랴... 

유난히 입이 까다로운 우리 식구와 한국음식을 푸짐하게 차려놓고 함께 먹는다는 건 애초에 포기했었다.

기껏해야 불고기와 돼지 불고기 뭐 그런 고기 종류만 좋아하니 해주는데도 한계가 있고.

그러다보니 한국 음식은 점점 더 멀어지게 되었다.

가끔 아들 놈이 한국음식을 뭘 해달라 요구하며 그져 이쁜 마음에 해주곤 했는데..

녀석이 어젯밤에 날씨가 쌀쌀하니 엄마가 해준 닭고기 스프가 먹고 싶다한다.

마침 전날 먹다남은 닭고기 몇조각이 있기에 그걸 넣고 스프를 끓여 주었다.

한 숟가락 떠먹은 녀석의 입에서

캬!~~~ 시원하다,,란 말이 튀어 나오는데..

너 지금 뭐라했어?..하고 물으니..

시원하다고?..왜?..뭐가 잘못됬어?

아냐!!.. 그냥^^

근데 아들 너 뜨거운 것 먹는데 왜 그게 시원해?..하고 물어 보았다.

응!!.엄마 그 말은  온도를 말하는게 아니야.

너무 맛이 있어서 다른 맛은 생각도 안나고..그리고, 시원하단 말은 그 느낌을 말로 표현할수 없어!

그래서 또 물어봤다.

너 그러면 뜨거운 물로 샤워 할때도 시원하니?

녀석이 의기양양 한 폼으로 대답한다..당근이지!!!!


갑자기 좋아서 행복해졌다.

이런 공감대가 아들놈과 형성이 되다니..


 남편은 내가 뜨거운 국을 먹을 때마다 시원하다를 연발하면,

 나보고 어떻게 뜨거운걸 먹으며 시원하다 할수 있는지 이해할수 없다 했었다.

난 무척이나 이해 시켜주려 노력했는데 내 짧은 영어로는 부족 했나보다.



때때로 내 문화와 내가 속해 있던 모든것에서 벗어나 사는 삶이..

내가 느끼는 공감대가 형성이 안되며 섞여 사는 이곳에서의 삶이 ..

아무리 우리 가족이 한국을 사랑하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조차 공감하지 못하는게 많아 외로울때도 있었는데..

아들 놈의 시원하단 한국어 한마디가  이 가을 나를 따스하게 만드며,

연신 내 얼굴에 미소짓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