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깡시골에서 사는 이야기
결혼하고 서울에서도 살고 도쿄에서도 살아봤지만,
전 미국에서는 도시에서 살아본적이 없어요.
언제나 시골에서만 살아 봤습니다.
조지아주에 살을 땐 복숭아 밭이 가까이에 있었고.
알라바마에선 목화밭이 가까이에 있어요.
텍사스에선 살을 땐 사막 한가운데 였고요.
게다가 시댁은 옥수수밭이 쫙 펼쳐지는 인디애나주이고요.
한국에선 작은 중소 도시에서 태어나 결혼 할 때까지 그곳에 살았으니 전 그야말로 시골인생 인가봐요.
한국의 시골과 미국의 시골은 큰 차이가 있어요.
한국은 시골이라해도 참 운치도 있고 왠지 편한 휴식같은 느낌을 갖을수있지만,
제가 한국인이라 그런지 미국의 시골은 참 삭막해요.
한국은 작은 나라라서 정보가 퍼지는 속도가 반나절이면 충분하지만,
미국은 당췌 너무 커서 시골까지 정보가 들어 오는데는 조금 시간이 걸려요.
게다가 그런 정보가 들어왔다해도 사람들이 눈 하나 깜짝 안해요.
여태껏 불편없이 살아왔는데.. 새삼 뭐!! 이런 반응이죠.
그래서인지 이곳으로 12년만에 다시 돌아왔는데도 정말 그때와 변한게 하나도 없어요.
하나도 변한게 없단 말 들은 건 12년전에도 들었는데 그럼 그전부터 항상 변함이 없었단 얘기겠죠.
여기 사람들이야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곳이라 익숙하니 불편이 없겠지만,
다른 나라에서 왔거나 도시에서 살던 사람들은 시골이 참 불편해요.
일단, 저에겐 먹고 사는 일이 중요한 일이기에 괜찮은 한국가게가 없다는게 참 불편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시골은 도시에 접근성이 용이하기에 불편하지 않겠지만,
미국은 깡시골에서 도시를 가려면 정말 많은 시간을 도로에서 보내야만 합니다.
먹거리도 문제지만 저같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시골의 전원생활은 좀 맞지 않습니다.
미국인의 50%가 자기가 태어난 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죽는다는 말이 맞는것 같아요.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난 주가 최고다 라고 생각하며 살아가지요.
처음부터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만 살았다면 불편이 없을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저같이 큰도시에서도 살아 본 사람에겐 아무래도 아쉬운게 많은 시골생활입니다.
그동안 편리하게 사용하던 것들이 당연하게 항상 옆에 있을 줄 알았는데.
그 당연한 것이 이곳에 없을 때 불편함을 느낍니다.
아이들도 도시에서 찾던 것들을 이곳에서 찾지만 여기에선 해결 해 줄수가 없습니다.
내가 언제부터 도시사람 이었다고 이렇게 자꾸 시골 생활에 불만을 갖는지 저 조차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북적대는 큰도시에서의 삶을 동경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어요.
친구는 멋진 전원 생활을 즐겨 보라하지만 ..그건 노력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답답해져 오는 마음은 어쩔수가 없네요.
깡시골 알라바마에서 어떻게 사나 보실래요?
그냥 집주변 모습이어요.
집에서 5분이며 갈 수 있는 목화밭은 조만간 가 볼거여요.
뒷 뜰에 이름도 모르는 노란꽃이 피었습니다.
우리 가족이 이사오기 전 지금 사는집이 1년동안 비어져 있었던 집이라 좀 방치 상태였어요.
꽃들도 다 죽어 있었고요.
그런데 참 이상해요.
우리 가족이 살고 부터 다 말라있던 나무와 가지들에 생기가 주어지며 꽃이 피는거에요.
남편이 그러네요.
식물들도 사람의 온기를 느끼는것 같다고요.
정말 그런건가요?
아무래도 주변이 녹음이 푸르러 그런지 나비가 살랑거리며 자주 찾아 옵니다.
이름을 모르는데 혹시 이게 호랑나비인가요? 모르는게 많아요...
진짜로 우리 이사 온후에 꽃 들이 다 폈다니까요.
우린 한 거 아무것도 없어요.
그냥 이사한거 밖에요.
그리고 우리집엔 포도밭도 있어요.
정작 전에 살 던 사람은 심기만 하고 맛도 못 보고 떠났다고 하네요.
집이 비어있던 동안 옆집 할머니가 항상 따서 드셨어요.
할머니께 그랬죠.
우리 가족이 먹기엔 너무 양이 많으니 언제든 따서 드시라고요.
이 포도는 머스크다인이라는 미국 남부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품종이어요.
보통의 미국 포도는 과즙 없이 달기만 한데,
이 포도는 껍질은 좀 단단하지만 과즙도 많고 포도 자체가 젤리처럼 좀 탱탱하니 맛이 있어요.
열매는 못 봤는데 사과나무래요.
열매가 열렸을 땐 오고가는 사람들이 하나씩 다 따먹었데요.
엄청 맛있는 사과라 하는데 내년을 기약해 봅니다.
바로 집 뒷뜰을 나가면 저렇게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요.
하지만 덥고 귀찮단 핑계로 아직 걸어보지 않았어요.
가을 바람 솔솔 불고 단풍이 지고 낙엽도 떨어지면 운치있게 걸어보려고요.
시골의 좋은점도 생각하고 살으라고요?
그래야 겠어요.
그게 제 정신건강에도 좋으것 같고요.
도시에서 바쁘게 살 던 마음도 조금 가라 앉혀 봐야겠어요.
까짓것, 한국식품 없는 건 이때를 기회삼아 다이어트 하지요.
여행 못가는것도 이 참에 돈 좀 굳힌다 생각하고요.
평생 여기서 살거 아니니 다른곳에 가면 어쩌면 시골 생활이 그리워 질거라 그렇게 위로하며 살아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