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을 그리고 밤줍기
가을에 한국을 다녀왔다.
좀 더 늦은 가을에 갔었다면 더 깊은 한국의 가을빛에 푹 빠져 있다 올 수 있었는데..
아직 나뭇잎들엔 짙은 갈색들이 깊게 스며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국의 정취를 느끼고 오기엔 충분했다.
한국의 가을!!!! 누가 뭐래도 내겐 언제나 영원한 노스텔지어다.
어느가을!!!..어린 시절 친구와 난 춘천의 공지천가를 걸으며,
이어폰을 한쪽씩 귀에 나누어 꽂으며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을 들으며 영원한 우정을 약속했었다.
그 친구와는..
어디에 사는지 알고있고 어쩌다 한번씩 잊을때가 되면 전화 통화를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곤 하지만...
세월이 야속하다 해야하나?
바쁜 삶이 야속하다 해야하나?
멀리 떨어져 살음이 야속하다 해야하나?
아니면, 뭐든걸 세월과 바쁜 삶과 공간 탓이라고 돌려 버려야 하는 내 마음이 야속하다고 해야하나?
살며 살며 무엇이 소중한가를 새록새록 느끼면서 내 마음은 느낄때나 못 느낄때나 어찌 이리 항상 같은 모양일까?
어쨌든 가을은 좋다.
무엇보다 풍성한 가을이 좋다.
덥고 더운 여름을 지나 나무에 열매가 익고 곡식들이 알차지는 그런 때가 오면 왠지 내 마음 역시 풍성 해 지는 느낌이다.
마음만이 아닌 나의 모든것이 풍성해지길 바래본다.
그런 가을에 한국을 가고..
언니와 언니 지인과 새벽에 밤 주으러 다녀왔다.
이른 새벽 5시30분 집을 나섰다.
며칠전에 언니와 간다고 약속을 했지만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준비할 걸 생각하니 갑자기 귀찮아져서 안간다고 했었다.
하지만, 시차적응이 되질 않아 새벽 4시부터 눈이 멀뚱멀뚱 해지며 갑자기 간다고 결정.
금방 떨어진 밤송이를 보며 와!!!..예쁘다!!! 란 감탄사가 절로 모르게 나왔다.
언니와 난 촉각을 세우며 마치 토끼가 귀를 쫑긋 세우며 두리번 거리듯 밤 떨어지는 소리가 나면 그 밤이 어디있을까? ..하며
온갖 신경을 다 세웠었다.
밤을 쫒다 보니 언니와 난 점점 멀어져 갔고.
그런 동생을 산에서 잃을까 싶어 언니는 나의 위치를 확인하냐 계속 내 이름을 불렀다.
아직도 산을 타고 흐르던 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가을날의 새벽공기는 너무나 신선했다.
오지 않으려 했었는데..
만약 그랬다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도착했을땐 아직 여명이 밝기전이라 사방이 어두컴컴 하고 살짝 무서운 느낌도 들었었는데,
밤 줍냐 정신이 없다 보니 어느새 나무사이로 아침 빛이 밝게 들어오고 있었다.
산에서 내려다 본 시골 마을의 모습
그 시간이 아니었다면 언제 시골 아침을 느껴 볼 수가 있었을까?
아침에 산에 올라갈 때 할머니가 뒷짐지고 나오셔서 밭에 물을 주고 계셨다.
허리가 많이 굽으 셨던 할머니..
평생을 이곳에서 밭일만 하시다 허리가 굽으셨을 듯..
하지만,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내려 오는길에 다시 한번 뵈었음 했지만 뵐 수가 없었다.
아침을 드시고 계셨을까?...
참 정겨운 한국 시골의 모습이다.
나무엔 대추가 발갛게 익어있었다.
주인 허락도 없이 몇개 따먹었다.
바로 그 맛이었다.
한국에 가면 꼭 먹고 싶었던 바로 그 맛!!
어떤 인공적인 맛들이 결코 따라 올 수 없는 바로 그 맛!!..가을의 맛!!
시장에 가도 가을은 풍성했다.
추석을 바로 앞에 두고 있던 터라 모든게 풍성했다.
세상에서 가장 맛나는 한국산 사과와 배들이 나의 눈을 정말 즐겁게 해 주었다.
언제나 시장은 좋다.
북적거림이 좋고 풍성함이 좋다.
무엇보다 우리들 살아가는 모습이 좋다.
오랜만에 생생한 시장의 모습을 볼 수있어 좋았다.
그 곳에 있을수 있음에 좋았다.
많이도 주어왔다.
밤이 완전 알 밤이라 그냥 먹어도 맛있더니 삶으니 더 맛있었다.
많다 싶었던 저 밤들이 떠나기 전 다 내 뱃속에 들어 와 버렸으니..
한국 가을 참 맛있게도 먹고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