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내 얘기들

짠돌이 미국인 남편의 분홍색 저금통을 뜯었더니...

향기향 2011. 11. 25. 13:02

지난 봄 집에 굴러 다니던 분홍색 저금통이 있기에 저금을 시작했었다.

그냥 막연이 저금통이 꽉 차면 카메라를 바꾸든지 렌즈를 바꾸든지 하는 마음으로 돈을 넣기 시작했다.

어느날 남편이 이것이 무엇인고 묻기에.

그것은 이 아짐의 저금통으로 돈이 모여지면 유용하게 쓰일 것 이옵니다 ..라고 대답했더니...ㅎㅎㅎ

부인의 뜻이 그러하면 내 기꺼이 동참하리라 하며 남편도 돈을 넣기 시작했다.

돈을 넣기전에 몇가지 유의 사항을 줬는데..

첫째, 반드시 종이돈 이어야하며.

둘째, 소유권은 나에게 100% 있으니 어떻게 쓰는지는 내 마음이다.

당신은 넣기만 하는거지 꺼낸후에 아무 말도 할수없다.

만약 이걸 어길시에는 별로 달갑지 않으니 넣지 않아도 된다고 했더니...

남편이 흔쾌히 응하며..

생각이 날 때마다 착실하게 저금통에 돈을 넣어 왔는데.

문제는 저금통이 너무 작다보니 더 이상 종이 돈들이 들어가질 않았다.

마침 시부모님도 추수감사절 휴가기간에 우리 집에 놀러 오셨고.

저금통 얘길 들으시더니 돈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궁금하셨나보다.

남편의 눈치도 뜯고 싶어하고.

그래서 뜯기로 결정!

두두두두....개봉박두!!!!!!


참 작고 앙징 맞은 저금통!.

이럴줄 알았으면 어디서 더 큰 저금통을 구해 왔어야 했는데..쩝!......

그냥 열면 재미 없으니 종이에다 각자가 추측한 액수를 쓰기로했다.

DH는 내 이름의 이니셜..ㅎ

시어머니가 쓴 액수이다.

시어머니는 저금통에 돈을 수개월 동안 넣었다고 했더니 1200불이라고 쓰셨다.

인심좋은 울 아들은 진짜 인심 썻다.ㅎㅎ

울 아들이 이리 액수를 많이 쓴 이유는 다름 아니라 약간 허풍이 있는 남편 때문이다.

울 남편 그 동안 자기가 돈을 많이 넣어서 분명 3000불 이상 있을거라고 해왔다. 

그걸 잊어 버리지 않고 의기양양하게 썻는데..

이건 미스테리 중에 미스테리!.

왜냐면 3000불 이상 있을거라고 부르짖던 사람이 왜 저리 조금 썻을까?

중간에 저금통을 열어 돈을 빼 갔을 리도 없고.......암튼, 못 말리는 허풍쟁이 아저씨다.

전후사정을 모르시는 시아버님은 저금통의 싸이즈를 보시곤 아무 생각없이 쓰셨다.

나중에 액수를 보시곤 하시는 말씀이 난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었다고 부르 짖으셨다.

울 집 딸래미가 쓴 액수이다.

자기가 맞을거라고 의기양양이다.

다 세었더니 1800불이 조금 넘는다.

자기가 맞을거라고 자신만만하던 딸은 자기가 가장 근사치라고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다.

그래봤자 지한테 가는거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문제가 생겼다.

돈을 보더니 남편이 슬슬 돈 욕심이 나나보다.

너 저번에 렌즈 하나 사줬으니 반은 자기가 갖어도 될 것 같다고 한다.

화딱지가 나서 시부모님 계신 앞에서 다 갖으라고 버럭 소리 지르며 남편 앞으로 밀어 버리니..

농담도 못하냐며 갑자기 얼버부린다.

그때 얘기했지? 나중에 딴소리 할 거면 아예 넣지도 말라고 했던거?

옆에 계시던 시부모님은 웃긴지 계속 키득 거리시고..

남편이 급마무리한다.

다 당신 돈이고 당신 맘대로 써도 되니까 알아서 잘 쓰길 바래.

당신은 현명하니 돈 잘 사용할거야.

참 치사해 죽겠다.

사실 저금통에 돈 1000불 이상은 내가 넣은건데 마치 다 자기가 넣은것처럼 착각하니 말이다.


미국 최대의 명절인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선물 사서 보내야 할 곳도 많은데,

 나 자신을 위해 쓰는건 아무래도 물 건너 간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