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키가 큽니다.
그냥 보통 큰게 아니고 무진장하게 큽니다.
결혼하기전 시댁에 인사가서 시누이 키가 큰걸 보고,
세상에나 저리 큰 여자가 있다니?..했는데.
제 딸은 그보다 더 큽니다.
어린 시절 누구나 소망하듯 키가 큰 멋진 남자와 결혼하고 싶었습니다.
소망이 컷는지 큰 정도가 아니라 거인하고 결혼했습니다.
하지만, 그땐 눈에 콩깍지가 꼈는지 그리 큰지 몰랐습니다.
미국 사람이니 당연히 큰가 했습니다.
결혼한지 얼마 안되었을때 남편이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이담에 우리가 딸을 낳았는데 키가 나만하고.
아들을 낳았는데 키가 너만하면 어떻게 하냐고?
말이 씨가 되었는지 그리 되어 버렸습니다.
딸은 크고 아들은 클 생각을 안합니다.
그래서 악담은 하는게 아니란걸 느꼈습니다.
딸이 태어나고 백일이 되자 사람들이 돐이 지났냐 물었으며.
돐이 되자 3살인지 알더니 ..뭐, 그후론......
키가 크기 때문에 손해 볼 일이 많을거라고 친구가 얘기했습니다.
그땐 그게 뭔 말인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며 무슨 말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키가 크니 사람들이 나이가 더 많은지 알고,
딸 아이가 어리광을 부리면 제가 몇살이게 저러냐며 혀를 찼습니다.
학교에서 단체 사진을 찍으면 맨 뒷줄 구석에 섭니다.
그런 사진을 돈 내고 살때면 약이 오를때도 있었습니다.
앞줄에 앉히면 될텐데 말입니다. ^^
무엇보다 맞는 옷 사기가 너무나 힘듭니다.
그나마 여름 옷은 짧아서 괜찮은데,
겨울옷들은 짧아도 한참 짧습니다.
옷을 입어보지 않고 사갖고 오면 영락없이,
영구 없다~~ 가 되버립니다.
일본에 살다 미국으로 이사올 때 딸이 좋아했습니다.
앞으로 자기한테 맞는 옷을 사입을 수 있을거라고 기대가 잔뜩이었습니다.
미국엔 큰 아이들이 많으니 큰 옷들이 믾을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미국에 오니 제 딸은 여전히 큽니다.
미국에서도 맞는 옷은 구하기 힘들고.
학교 배구팀 단체 사진을 보니 여전히 맨 뒤 구석에서 사진을 찍었더군요.
남들은 키가 크다고 멋지다 하지만,
본인은 야리야리한 몸매가 아니라 옷을 예쁘게 못입는다고 불만이 많습니다.
엄마는 작은데 자기는 크다며 왜 아빠를 닮았는지 모르겠다며 속상해 합니다.
아니, 자기는 엄마 아빠의 온갖 단점만 갖고 태어났다고 투덜거립니다.
그러며....
엄마!..혹시 다시 나를 낳을수 있으면 꼭 작게 날씬하게 낳아주세요...하고 부탁을 합니다.
괜히 미안 해지며 약속을 했습니다.
다시 낳게 되면 적당한 키에 적당한 몸매로 낳아 주겠다고요.
옆에 있던 아들이 한마디 보탭니다.
마음까지 이쁘게 만들고, 동생을 잘 돌보는 착한 누나로 다시 낳으라고요.
아니, 자기 여동생으로 낳으랍니다.
여태 당한것들 다 복수한다고....
얻어 맞을걸 알면서도 아들은 꼭 까불어 댑니다.
아!!..참!!..울 딸 키가 얼만인지 얘기 안했군요.
180c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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