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내 얘기들

한국인 엄마임을 숨기라는 이유를 알고보니...

향기향 2012. 1. 18. 06:43

남편하고 딸하고 오랫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서 무언가를 열심히 기입하고 있습니다.

생년월일이 어쩌구...학교성적이 어쩌구...학교활동이 어쩌구..

여러가지를 같이 써 나가다.

엄마가 한국인이란건 쓰지 말란 얘기가 들려 왔습니다.

앞뒤 상황 안보고 순간 이것들이!..하며 ..욱 올라오는 감정을 내보이며..

지금 뭐라 했어?..뭐야? 한국인 엄마라는걸 왜 감쳐? 왜?..챙피해?.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남편과 딸이 그게 아니라며 진정하라며 막 웃습니다.


딸은 올여름 공군 사관학교와 해군 사관학교에서 운영하는 여름 캠프에 참가하고파 신청서를 쓰고 있는 중 이었습니다.

사관학교를 가고 싶어하는 (정확히는 보내고 싶어하는 남편) 딸이 캠프에 참여해 대강 어떤지를 경험하고 싶어합니다.

여러가지 세부사항을 컴퓨터에 입력하는데 미국이 워낙 다인종 국가이다 보니 인종란에 내가 어디에 속해있단걸 체크해야합니다.

인종을 구분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백인들이 절대적으로 수의 우세를 갖고 있기에, 

형평성의 원칙을 두고 무언가를 뽑는다면  Minority(소수집단)그룹에게 법이 정한 수의 배분을 합니다.

그래서 항상 흑인계 몇프로, 히스패닉계 몇프로, 동양계 몇프로가 정해져있는데..

문제는  동양계가 워낙 여러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그들 사이에서 경쟁이 너무나 쎕니다.

더 이상 동양계는 능력면에서는 소수 집단이 아니란 얘기가 되어 버린거지요.

남편의 걱정은 동양계라 표시하면 그안에서 더 치열한 경쟁이 있을수 있기에  그냥 백인에다 표시하란 겁니다.

그러면서 덧붙입니다.

능력면에선 어찌보면 백인들이 소수집단이 될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불만을 이야기 합니다.

인종의 구분이 오히려 자기같은 백인들에게 손해가 될때도 있다고합니다.

왜냐면 똑같은 능력을 갖은 두사람이 점수가 같은땐 만약에 흑인과 백인이었다면 대부분 흑인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가기때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었을때 남편이 친한 흑인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젠 흑인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그런 정책은 없어져야 한다고요. 

그 친구가 유쾌하게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인종을 표시 하는걸 없애고 오로지 개인의 능력만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남편의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

그만큼 복잡하게 얽힌 인종 문제가 능력위주로만 평가하게 하지 않으니까요.

언젠간 미국이라는 나라가 진정한 의미의 인종차별이 없어진다면 그때나 가능할까요? 


암튼, 동양계 특히 한국인들이 미국에서 잘 성공해 나가는 모습들이 참 좋습니다.

정치, 경제, 예술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냅니다.

그런 능력들이 결국 제 삶에도 보탬이 될테니까요. ..


딸아이는 항상 자기가 올 에이를 받는건 자기가" B"sian이 아니고  "A"sian이기 때문이라고 강조 합니다.

엄마가 에이시언(아시안)이라 자기가 공부를 잘하고 A를 받는다고  착각하는 아이...

이런!..학교 다닐때 공부 못했단걸 실토할수도 없고..

덕분에 남편은 억울해 합니다..공부 잘한건 남편인데 말이어요. 

하지만 엄마의 위상이 올라가는 일이니 그냥 착각하게  내버려 둬야지요. ㅎ

 

딸아이가 꼭 여름 캠프에 참여 할수 있으면 좋겠어요.

본인도 간절히 바라고 있고요.

누구와의 경쟁이 중요한게 아니고 노력한만큼 충분한 댓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남편이 아이들을 키우며 걱정이 많습니다.

 지금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부모 세대보다 못 살 확률이 다른 때보다 높다고 합니다.

미국은 2차대전을 겪으며 경제의 부흥을 맞이했고..

나쁜 의미든 좋은 의미든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힘을 과시해 왔지만....

지금은 시기적으로 아주 어려운 때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아이들의 미래를 보니 마음이 답답해 오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