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내 얘기들

원어민과 살아도 내 영어는 언제나 제자리

향기향 2012. 2. 22. 07:49

내 남편은 미국인!

사람들은 남편이 미국인이란 이유 하나로 내가 영어를 엄청 잘할거라 생각한다.

솔직히 고백하면 내 영어는 생활영어 이상을 넘어가지 않는다.


남편과 처음 데이트할때 영어사전을 끼고 다녔었고.

영어 회화책에서 배운 영어 욕 한마디를 멋지게 날렸다가 울 남편 열받게 만든적도 있다.


나름 학교 다닐때 영어공부를 열심히했다.

영어부장도 했으니 열심히 했던것같다.

생각해보니 영어 웅변대회도 나간적이 있다.

문법을 공부하고 단어들을 달달 외웠지만 그냥 그게 다 였다.


결혼을하고 미국에 왔다.

이상하게 익숙한 남편의 말은 한번에 알아듣기 쉬웠는데,

같은 말도 다른 사람을 통하면 한번에 이해가 되질 않았다.


어느날 오토바이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왜 그런 대화를 나누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암튼, 대화의 주제는 오토바이였다.

근데 문제는 내가 오토바이 어쩌구하는데 남편이 오토바이가 뭔지 몰라하는 표정이었다.

순간 내 발음이 나빠 이해 못하는가 싶어 발음을 최대로 굴렸다.

오토바이대신 "아로바이"로 발음하는 노력까지 했는데....헉!!!..그래도 모른다.

열받아 왜 그걸 이해 못하냐?...그거 왜 있잖냐?..자전거인데 더 빨리가고...헬멧도 써야하고....

곧이어 남편이 땅바닥을 구른다. Motorcycle이 어떻게 아로바이가 되냐며 날 한참이나 놀려댔다.


얼마후 남편이 아주 오랫동안 떠나야 할 일이 생겨버렸다.

혼자 두고 가는게 안쓰러웠는지 시댁에 데려다 놓고 떠나버렸다.

시부모님과 시누이와 함께 살며 매일 영어로 대화를 나누니 귀도 점점 트여가고 말도 점점 터지는 느낌이 들었다.

수개월후 남편이 돌아왔다.

시부모님과 나와의 대화를 듣던 남편이 또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알고보니 며느리가 말을 잘 알아 듣지 못하다보니 온 가족이 나에게 콩글릿쉬를 하고 있었던거다.

미국에서 가장 표준어 지역에 사시는 부모님이 콩글릿쉬를 하고 계셨으니.....난 내 영어 실력이 늘은지만 알았는데....


남편을 포함 울집엔 영어 원어민 선생님이 두명이나 더 늘었지만 내 영어는 더 이상 진전이 안보인다.

그나마 제일 잘하던 단어 스펠링 대던것도 이젠 기억에 가물가물하다.

아이들 어릴때 숙제도 잘 봐주었는데..

그러며 아직 쓸만하다고 슬쩍 자부심도 갖어 봤는데, 어느날 부터 먹통이 되는 기분이다.


난 아직도 r과l이 같이 붙어 있는 단어는 발음을 잘 못한다.

Fork발음을 잘 못하면 오해 받기 쉽상이고.

TV를 보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아직도 사전을 찾는다.


가끔 남편이 내 영어 발음과 실력에 아주 가끔 브레이클 건다.

자주 걸면 본인이 힘들어지는걸 아는 아주 영리한 사람이다.

아직도 영어를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하냐 핀잔을 준다.

그럼 난 큰소리로 받아친다.

내가 영어를 더 잘한다고 당신과 경제를 논하겠냐?..아니면 정치를 논하겠냐?

아이들 학교 숙제 도 잘 봐줬고 ,병원도 데려다주고, 학교에 일 있으면 가고 그거면 된거 아니냐며 큰소리친다.

그러곤 바디 랭귀지도 있다고 큰소리친다. ..당신 내 눈짓 한번이면 하던 일도 멈추지 않냐고?...

그..근데...큰소릴치면 칠수록 솔직히 속으론 비참하다.......

영어공부 잘하고픈데..나도 멋지게 고급단어와 고급스런 문법들도 사용하고 싶은데..솔직히 공부하기 싫다.

그래서 난 오늘도 영어를 아주 고급스럽게 잘하는 한국사람이 옆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과묵녀가 돼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