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내 얘기들

미국 시어머니로 부터 20년동안 받은 생일선물

향기향 2012. 6. 6. 03:57

결혼해서 지금까지 20년동안 시어머니께서 항상 제 생일 날이면 이렇게 수표를 보내주셨습니다.

개인 수표로 항상 100불씩 언제나 잊지 않고 보내 주셨습니다.

10년전까지만 해도 액수가 50불이었는데 물가가 올랐다고 100불로 올려 주셨습니다.

한번도 늦는 법 없이 언제나 생일 전에 받을수 있도록 보내주셨고,

작은 액수지만 갖고 싶은것 사라며 카드 내용은 언제나 넌 내 딸과 같다라고 적어 주셨습니다.


오랜 세월을 받다보니 받는게 너무나 당연시 여겨졌을때....


5월이 제 생일 이었는데..

시어머니로부터 카드가 오지 않았습니다.

며칠동안 우편함을 확인해봐도 카드가 오지 않았습니다.

마음에 서운함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생일을 잊으셨나보다.

한번도 잊지 않으셨었는데....깜박 잊으셨나 보다.

근데 왜 마음에 서운함이 들어와야 하지?

내 생일을 잊으셔서?

돈을 못 받아서?

그동안 사람들에게 자랑하지 않았지만, 

전 시어머니께서 제 생일을 잊지 않고 챙겨 주신다는게 무척이나 자랑 이었나 봅니다.


남편에게 올 해는 어머니가 카드를 보내지 않으셨네.

선물을 못 받아서가 아니라 나의 큰 자랑거리의 전통이 깨진것 같아 마음이 좀 섭섭해 지려 해 라고 얘기했더니.

남편의 표정이 굳어져 갑니다.

그러면서 얼마전 시누이들과 통화한 내용을 얘기 해주는데,

 어머니가 요즘 자꾸 깜박하시는 일이 잦아서 사람들을 긴장 시킨다고요.

그 얘길 듣는 순간 마음이 콱 막혀 왔습니다.

어머니의 안위는 둘째치고 내가 받는 기쁨만 누리는거에 치중하며 내 기분만 살피는 그런 못된 며느리가 된 것 같아서요.


며칠전 시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얘야~ 내가 네 생일 선물을 보낸다고  준비 해 놓고는  잊어 버리고 못 보냈구나.

늦게 보내게 되어 미안하다.

내가 결코 너를 잊은적이 없는데 이렇데 돼었구나.

어머니의 연신 미안해 하시는 모습에 전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며..

어머니 고맙습니다. ..잘 쓸게요... 근데 , 왜 미안해 하세요?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라고... 대답 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며칠전 카드를 받고 수표에 적힌 날짜를 보니 4월입니다.

어머니는 올해도 늦지 않게 보내시려 저리 준비를 하셨다가 미처 보내지 못하셨던 겁니다.


그런데,오늘 또 한장의 카드를 받았습니다.

그안엔 똑같은 날짜의 수표가 한장 들어 있었습니다.


어찌된 영문일까 곰곰히 생각 해 보았습니다.

자꾸 잊으시는 시어머니께서 보낸걸 모르시고 또 보내신겁니다.


마음에 자꾸 미안한 마음만 생깁니다.

멀리 살아 자주 찾아 뵙지도 못하는데 ..

시어머니는 자꾸만 늙어 가시며 기억도 쇠퇴해져 가십니다.


예전엔 시댁에 전화를 하면 항상 시어머니께서 받으셨는데 요새는 시아버지께서 받으십니다.

아들과 통화하는걸 가장 즐기시던 어머니께서 요즘은 대화도 짧게 하십니다.

분명 몸에 이상이 있다는 징조 같아 마음이 편하지가 않습니다.


어머니 건강하세요.

기억줄 단단히 잡고 계세요.

저 언제까지나 어머니의 싸인이 들어 있는 수표를 생일 선물로 받고 싶어요.

그리고 항상 사람들한테 자랑하고 싶어요.

 내 시어머니는 한번도 내 생일 선물을 잊으신적이 없다고요.

어머니의 며느리가 된 30년 후에도 40년후에도 받고 싶으니 잊지 말고 보내주실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