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하자마자 똥군은 기다렸다는 듯 이 게임만 합니다.
가만히 지켜봅니다.
해도 해도 끝도 없이 합니다.
밥 먹는 것도 잊고 잠자는 것도 잊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일어나자마자 게임만 합니다.
참다 못해 소리를 지릅니다.
방학하고 책 읽는걸 못봤다.
너 너무 하지 않니?하고 물으니...
책이 없어서 못 읽는답니다.
집에 책이 이리 많은데 읽을 책이 없다니 그게 말이 되냐며 꽥 소리를 질렀더니,
이미 다 읽은 책이라 더 이상 읽을게 없다고 항변합니다.
그래?..그럼 게임을 가져다 버리면 그 담엔 어떻게 하겠니? 하고 물으니..
그럼 하루종일 잠만 자겠다고 대답합니다.
화가나서 당장 네 방에 가서 잠만 자고 나오지 말라고 했더니 말을 참 잘 듣습니다.
30분 있다 가 봤더니 세상에 쿨쿨 자고 있습니다.
저녁에 남편이 와서 똥군과 대화합니다.
오늘 하루 어땠냐 묻자 기다렸다는 듯.
아빠에게 일러 바칩니다.
엄마가 자기한테 소리 질렀고, 한대 때리기 까지 했다고요.
내 참 억울해서..
책 없어 못 읽는 다는 말에 한대 쥐어 박었더니 때렸답니다.
그러며 똥군이 한마디 하는데 웃겨 죽는지 알았습니다.
아빠!..엄마와 대화를 다 한국말로 했어요.
엄마가 한 말을 다 이해하고 한국말로 다 대답한 제 자신에게 전 놀랬어요.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우리 식구들 다 배를 움켜 쥐고 웃었습니다.
고작 일러 바치다가 삼천포로 빠졌습니다.
엄마가 한국말로 소리친걸 다 알아 들은 자신이 못내 자랑스러운 듯.
똥군이 학교 밴드부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울 식구의 특징은 잘하나 못하나 항상 열심히 한다 입니다.
악기 연습이나 운동 연습이나 한번도 빠진 적이 없습니다.
새벽에 연습이 있어도 꼭 데려다 주었습니다.
얼렁뚱땅 해 버리는건 저나 제 남편의 스타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때때로 아이들이 꾀 부리고 싶어도 통하지 않는 일 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이 상은 70여명의 밴드부 대원중 유일하게 똥군 혼자 받은겁니다.
가장 열심히 해서 Outstanding Bandman으로 뽑혀 받은건데,
똥군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그냥, 선생님이 이름 불러 나갔더니 주시더라고..
울 똥군 참 시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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