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똥군 멋지나요?
울 똥군은 멋 내는 걸 무척 좋아해요.
아침에 학교 가려면 머리에 무쓰 잔뜩 바르고 이쪽으로 빗고 저쪽으로 빗고
그러곤 거울을 보며 함박 미소를 지어요.
자기 모습에 완전 만족 한가 봐요.
모자를 하나 사줬더니 잠 자기전까지 저 모자를 씁니다.
온 가족이 쇼핑을 가면 들어섬가 동시에 두 그룹으로 나뉩니다.
전 딸과 쇼핑을...
쫜은 아들과 쇼핑을..
그렇게 하는 이유는 이 두남자와 같이 쇼핑을 하면 제대로 쇼핑도 못하고 기분 망치게 되는 일이 종종 있어서요.
암튼, 신나게 쇼핑하고 있는데 똥군이 저 모자를 들고 왔어요.
엄마!!! 이 모자가 사고 픈데 아빠가 엄마한테 물어 보래요.
전 단번에 예쓰!!..라고 했어요.
전 스타일리쉬한 남자를 좋아하거든요.
동시에 울 쫜의 황당한 모습이 보입니다.
아들이 저 모자를 사는게 싫은데 자기가 악역을 맞고 싶지 않아 저 한테 보낸건데..
단번에 예쓰라고 했으니...ㅎㅎㅎㅎㅎ
울 쫜은 멋 내는 걸 싫어해요.
조금만 튀는 걸 사다주면 누가 미국 남자아니랄까 이런건 게이들이나 입는거라며 밀어 버려요.
그래서 항상 옷차림은 가장 편한 아메리칸 스타일이어요.
주머니에 지갑이니 뭐니 잔뜩 넣어서 그게 보기 싫어 메신저 가방 사줬더니 그것도 밀어 버리더라고요.
뉴욕가니 미국 사람들 잘만 들고 다니더구만..
미국 시골 출신의 이 한정된 보수적인 생각은 어쩔수가 없어요.
그래도 잔소리 좀 하면,
살짝 패션이 바뀔때도 있어요.
여름에 반바지 입잖아요?
그게요, 옛날엔 남자들도 여자처럼 아주 짧은 반바지를 입었어요.
언제부터인가 반바지 길이가 무릎까지 오는 길이로 바뀌었더라고요.
그게 편해 보여 사다줬더니 이런건 젊은 아이들이나 입는거라며 거부하더라고요.
그러던게 이제 시대의 흐름을 거부 할 수 없는지 울 쫜도 이젠 무릎까지 오는 반바지 입어요.
그러면서 옛날에 그 짧은 반바지를 어떻게 입고 다녔는지 모르겠다 하더라고요.
그 마음 이해 할 수 있어요.
왜냐면, 플레어 바지가 제일 이쁘다 생각하던 차에 스키니 바지가 나왔어요.
그게 얼마나 꼴 보기 싫던지 솔직히 흉물스러 보였어요.
근데요.... 이젠 제 옷장에 플레어 바지는 없고 온갖 스키니 진들이 자리 차지 하고 있어요.
이젠, 저 역시 플레어 바지를 보면 옛날에 저걸 어떻게 입고 다녔나 싶더라고요.
패션이란 그렇게 눈에 익숙해 지는건가 봐요.
앗!!!
똥군 모자 얘기하다 삼천포로 빠져도 한참 빠져 버렸네요. ㅎ
기타를 사줬더니 하루라도 띵까대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일상이 되 버렸어요.
크리스마스 때 엉클이 코드 몇개 잡는 것 가르쳐 줬는데 ..
맨날 유투브로 남이 치는거 보고 그러면서 따라하더니 제법 잘 쳐요.
이 아이의 음악적인 재능은 어디서 왔는지 정말 알 수가 없어요.
울 쫜이나 저나 이런 쪽으론 완전 젬병이거든요.
어느 날 제 방에 오더니 엄마를 위한 노래를 들려준데요.
전 너무 행복했어요.
아들이 엄마를 위해 노래를 만들고 그걸 들려준데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얼굴에 미소를 잔뜩 머금고 듣다보니,
그 미소가 완전 어이상실로 점점 변해 가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ㅋㅋ가사 내용이 이렇더라고요.
울 엄마는 고집쟁이~ ~울 엄마는 잔소리쟁이~~
난 스마트 폰이 필요해~~~ 이 세상에 스마트 폰 없는 아이는 아마 나 혼자 일 뿐~~~
하지만 울 엄마가 안 사주니 난 어쩌지?~~~
난 스마트 폰이 필요할 뿐~~~
난 스마트 폰이 필요할뿐~~~
내 방에 나가라고 쫓아도 나가지도 않고 다시 불러댑니다.ㅎㅎ
기가차서 네가 스마트 폰이 필요한 적정한 이유를 딱 세가지만 얘기하면 사주겠다고 했습니다.
첫째 이유가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페북에 올리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진은 디카로 찍는게 훨씬 예쁘고 사진은 금방 못 올리지만 나중에 컴터로 올릴 수 있지 않냐고 했습니다.
둘째 이유는 뭐냐 물으니 머뭇거리다 누나는 있는데 왜 자기는 없냐고 합니다.
누나는 씨니어(고3)되서 사준거다.
너도 씨니어되면 사줄테니 그 때까지 기다리라 했더니 ..
어떻게 4년을 기다리냐며 항변합니다.
4년을 기다리는건 네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라고 했더니 입이 댓발 나옵니다.
목욕탕에서 나가지도 않고
가뜩이나 얘기만 해도 소리가 왕왕 울리는 곳에서 똥군은 다시 기타를 치며 노래합니다.
울 엄마는 고집쟁이~ ~울 엄마는 잔소리쟁이~~
난 스마트 폰이 필요해~~~ 이 세상에 스마트 폰 없는 아이는 아마 나 혼자 일 뿐~~~
하지만 울 엄마가 안 사주니 난 어쩌지?~~~
난 스마트 폰이 필요할 뿐~~~
난 스마트 폰이 필요할뿐~~~
스마트 폰 사줄거냐고?..아니요.
다행이 울 아이들은 뭘 사달라 많이 조르는 성격은 아니지만 ,
가끔씩 똥군은 은근히 사주길 바랄때가 있어요.
그렇다고 울 짠의 성격이 조른다고 사주는 성격도 아니어요.
아이들이 어렸을 적 울 쫜이 한 말이 생각나요.
사주려면 처음부터 사주고,
안사주려면 끝까지 안사주는거지, 조른다고 사주면 절대 안된다고.
그러면 아이들이 조르면 무조건 사주는걸로 인식한다나요.
어릴때부터 용돈을 한번도 그냥 받아 본 적이 없는 울 쫜은 노동의 가치를 중요시 여겨요.
삼촌들의 농장에서 일하고 용돈 받으면 그 돈이 한번 주머니에 들어가면 나온적이 없데요.
그런 돈을 몇년씩 모았다가 꼭 사고 싶은게 있으면 10번은 넘게 생각하고 사곤 했데요.
이건 시어머니가 해 주신 말씀이니까 신빙성이 있어요.
근데, 지금 남편의 생활을 보면 정말 그랬을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런 생활이 몸에 밴 덕인지,
허튼 돈 쓰는 걸 싫어하고.
아이들도 꼭 필요한거 이상은 사주는 걸 싫어해요.
그래도 세상의 흐름에 거부 할수 없는지..
때때론,남 다 갖고 나면 꼭 마지막으로 사주게 되는 일 이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근데, 스마트폰은 남편도 단호한지라..
아무래도 똥군의 엄마를 위한 노래를 오랫동안 더 들어야만 할 것 같아요.
근데, 똥군아 담번엔 엄마 대신 아빠로 바꿔 부르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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