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이 산책을 가자고했다.
가볍게 산속을 가쁜하게 1시간만 걸으면 된다고했다.
경사도 없고 완만해서 걷기도 좋다고했다.
첨엔 별로 가고 싶지 않았는데 연로하신 엄마가 가신다니 따라 나서기로 했다.
장소는 금병산.
춘천에 살았어도 그런 산이 있는지도 몰랐다.
아니 어쩌면 알았었는데 잊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갑자기 금병이란 이름이 기억 저편에서 올라온다.
아아~~~ 중학생 때 친한 친구가 금병국민학교를 나왔었지.
그러고보니 그 친구의 집이 금병산에서 멀지 않았었다.
한국의 꽃들은 참 예쁘다.
단아하지 않고 막 잡초처럼 너부러져 있지만 바라보는 사람이 편하게 볼 수있게 하니 좋다.
무엇보다 한국의 풍경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자연 친화적인 모습이다.
가장 한국적인 가을의 모습이 듬뿍 담겨있어 좋다.
오후의 햇살은 여전히 따가웠다.
언니와 조카 아이는 따가움을 참지 못해 입고 있던 자켓을 벗어 얼굴을 감싸댔다.
시골 개천의 다리위에서 우리 가족은 저렇게 여유를 느끼고 있었구나.
가을길을 걷고 계시는 울 어멍과 울 오라방.
추수를 앞에 두고 곡식들은 마지막 황금 벌판을 만들며 익어가고 있었다.
가벼운 산행이라고 해서 따라 갔는데....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아 숨이 가빠왔고, 다리까지 아파왔다.
그때부터 나의 투덜댐은 시작되었다.
속아서 왔다느니... 이럴 줄 알았으면 따라 오지 않았을텐데....하며 여러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엄마는 강하시다.
70이 넘으신 울 엄마!..게다가 울 엄마의 양쪽 다리는 온전치 않으시다.
인공관절 수술을 하시고 저 산을 오르시는데 힘드셔도 힘드신단 말씀 한번 안하셨다.
나중에 엄마가 말씀하셨다.
내가 워낙 불평을 해대서 엄마는 힘들단 말씀 한마디 하실 수 없으셨다고...
오로지 딸과 같이 오르고 싶어 따라 오신거라고....
그리고 그 날 저녁 엄마는 아프셔서 제대로 잠을 청하지 못하셨다.
몸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자연이 주는 선물들은 고마웠다.
양옆에 펴있던 이름 모를 꽃들이 예쁘다고 감탄도 하고..
계곡을 흐르는 물에 흘린 땀도 씻어가며..
그리고 금병산 정상에서 바라본 춘천의 모습.
맨날 춘천은 분지다라고 수도 없이 들었지만 정말 춘천은 천혜의 분지이다.
산에 둘러 쌓여있고 옆에는 강이 흐르고....
가운데 보이는 산이 시내에서 가까운 봉이산이다.
어릴 땐 저 산을 자주 올랐었는데, 마지막으로 저 산을 오른게 언제였는지?
저 산에 자주 올라 춘천의 전경을 보곤 했는데..
이 날은 다른 산에 올라 춘천의 전경을 볼 수가 있었구나.
저 안에서 태었났고.
저 안에서 자랐고.
저 안에서 죽음의 이별을 겪었고.
저 안에서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며 그렇게 떠났었구나.
다시 본 춘천!!!
어린 시절 왜 난 춘천을 떠나는 삶을 살고 싶어했을까?..알 수가 없다.
해발 652미터의 산을 오르냐 무척이나 힘들었다.
자주 산을 오르는 사람에겐 별게 아닐 수 있지만 난 무척이나 힘들었다.
내려오는 길 역시 만만치 않았었다.
뭐든 힘들어야 기억에 남는걸까?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시간 가족과 함께 한 산행이 그리워 진다.
금병산엔 지금쯤 가을 빛이 예쁘게 물들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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