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울 가족들은 일본 생활을 접으며,
10년만에 미국으로 돌아오며 원치 않던 텍사스로 오게 되었다.
텍사스만 빼면 어디든 가겠다 했더니 텍사스 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곳에 오기 싫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국경도시라는게 막연하게 맘에 안들었다.
멕시코와 국경진 이곳.
서부 총잡이들이 하루종일 백주대로를 휘저으며,
총을 쏴대고 있을거라고 너무나 큰 상상력을 발휘했었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바라본 이곳의 모습은 황당 그 자체였다.
사막이었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사막이었다.
사막으로 이사오는지 몰랐었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내렸다.
생전 처음 경험해 보는 지독히도 더운 날씨가
왠지 울 가족의 수난을 예고 해 주는것도 같았고...
무엇보다 일본 생활을 너무나 즐기고 온 울 가족에겐
아니, 더 있고 싶어 연기를 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었다.
어쩧든, 이곳 생활은 불만의 연속들이었다.
아이들은 일본에 두고 온 친구들을 그리워하고...
나는 사막 한가운데 있다 보니.
카메라 들고 이곳저곳을 헤매던,
아기자기한 일본 생활이 더 그립고...
아직 이곳 생활에 적응도 못하고 있을때,
우리 아이들이 지긋지긋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오자마자 방학이었고,
개학은 아직 멀었고,
지역은 낯설어 갈 곳도 모르고.
남편은 오자마자 다른 나라로 교육 가버리고.
세식구가 남아 하루종일 집에 있다보니 부대끼는 일 들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딸은 누군가 자기를 귀찮게 하는걸 제일 싫어하는 성격이고.
아들은 맞아 터지더라도 누나의 관심을 원하고...
그러다보니 하루에 12번도 큰 소리가 나오고
소리지르고 , 울고, 서로 치고받고,.....
아이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면서도,
매일 매일 너무나 힘들어했고.
점점 지쳐가며 모든게 무기력 해질때,
울 딸이 나에게 반성문을 써갔고 왔다.
옷장안에 있던 걸 대청소를 하며 찾아냈다.
너무 웃겨서 버리지 않고 간직했던 것 같다.
울 딸은 뭔가 정말 미안하면 꼭 이리 한글로 메세지를 남긴다.
얼마나 미안했으면 정말 이란 단어를 저리도 많이 썻을까?
미안하단 말은 저리 크게 강조하고...
그러면서도 자길 사랑하냐고 물어보곤 지 혼자 대답하고...
용서해달란 한국어를 몰랐나? ..포기브 미
무엇보다 웃기는건,
"똥이랑 인제 안 사울께요" ^^
진짜?
이거 작년에 쓴 반성문인데..
그후에 안 싸웠나?^^
무엇보다 내 맘을 감동시킨 마지막 문장!...
"너무 미안해서, 네가 한글로 쓰는 것 봐"
"사랑해요"
"미안해요"
내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버렸었다.
이렇게까지 정성을 보이는 딸에게 어떻게 더 화를 낼 수 있었을까?
한국살때 잠깐 한국 유치원 다니며 쓰고 읽는걸 배웠었다.
그게 다였다.
비록 철자 몇개 틀리게 썻지만(나도 아직도 틀린다)
기특하다.
한국어 잊어 버리는게 싫단다.
엄마 나라의 말을 더 잘하고 프단다.
가끔 문법책 들고 공부도하고.
대학가면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가서
한국어를 더 공부하고 싶어한다.
둘이 쇼핑하면 항상 한국어로만 이야기 나눈다.
그러면서 딸이 항상 그런다.
엄마!..저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무슨 얘기하는지 모르겠지?..라고
딸과 둘이서 한국어로 나누는 마음들이 정말 소중하다.
가끔은 한국어 모르는 남편을 두고
아빠가 이랬네 저랬네하고 흉보는것도 재미있다.
뭔 말인지 모르는 남편은 눈만 멀뚱멀뚱 뜨며,
너희끼리 한국어 주고 받는것 반칙이라고 부르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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