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하는 일이 있어요.
그 동안 뽑아만 놓고 정리하지 않은 사진들을 사진첩에 넣는거에요.
망가진 사진첩에서도 사진들 다 꺼내놓고 날짜 별로 구분하는데,
사진장수만 대략 8천장 정도가 되니 무척 오래 걸릴 일 이네요.
이 박스 저 박스 뒤지다 보니 아이들이 준 카드도 나오고,
그 와중에 딸 아이가 지 아빠한테 만들어 준 카드를 발견했는데,
보다보니 왜 이리 웃음이 나오는지요?
투: 아버지
안녕하세요?
생일 축하합니다!
별도 몇개 그려주고..알라뷰!
한국말을 못하는 지 아빠한테 어떻게 이런 카드를 만들어 줄 생각을 했는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옵니다.
때가 되면 딸은 식구들을 위해 카드를 만들어 주는데 항상 한마디라도 한국어를 적어 넣습니다.
근데, 전 저 아버지라는 표현이 너무나 따스하게 느껴져서 참 좋은데...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불러 본지는 아주 오래 된 이름이 되었어요...제겐..)
울 쫜은 저렇게 딸이 아버지라 다정히 불러 줬어도 그 느낌이 어떤건지 절대 알 수 없겠지요?
나이들어가는 사람들한테 생일은 더 이상 행복 한 일이 아니라고 들었데요.
아빠가 늙었다고 얘기하는건 아니고...
ㅋㅋ 아빤 늙은게 아니고 단지 늙어 보일 뿐이래요. ㅎㅎㅎㅎ
ㅋㅋ그나마 44살때 받은 카드인데 ..지금은+
뭐 이런것도 나왔네요.
언제 이걸 제게 줬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 아이들이 쓴 작문들 그리고 카드들 그런걸 버리지 않고 습관적으로 모으다 보니 ,
별의별게 다 나옵니다.
자기 예쁘냐 묻고는 뻥친다는 아이!!!!..내가 미쳐요.
저 절대로 저런 말 가르친 적 없어요.
가르친 적은 없고,그냥 했을 뿐이어요.ㅠㅠ
줏어듣고 기억하는 건 제 잘못 아니지요.
아~~ 점점 반성모드로....잘못했습니다.
이매시지(메세지)를 끝낼꾜..는 어디 말인가요?^^
그리고 엄마의 이쁜 딸이고 사랑을 듬뿍 담아서 썻다며 위뜨 러브엔드 사랑
보다보니 웃음도 나오고 너무나 사랑스러워 같이 보면서,
제 덩치의 배가 넘는 아이를 막 뽀뽀 해주고 안아주었어요.
이건 울 딸이 운동 하러가면 락커에서 쓰는 열쇠에요.
혹시, 번호를 잊어 버리면 안되니까 뒷면에 한글로 번호를 써 놨어요.
이걸 저한테 보여주면서 얼마나 뿌듯 해 했는지 몰라요.
남이 알 수없는 혼자 만의 비밀을 간직한 사람처럼...
혹시, 한국 사람이 보면 어떻게 하려고 하냐 물었더니 이 시골에선 그럴 확률이 없다고 완전 의기양양합니다.
피아노 선생님(한국분)이 딸에게 그랬데요.(이 둘의 모든 수업은 한국어로 이루어집니다)
메겐 너 대학가면 엄마가 슬퍼 할텐데 어떻게 하니?..그러셨데요.
그랬더니 울 멕양이 한국어로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우리 엄마는 절대 슬퍼하지 않고 아마, 속 시원하다고 하실거에요라고...
속 시원 해 할지 엉엉대고 울을지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지금 심정은 솔직히 반반 입니다.
아직 만으로 17살인 아이를 혼자 타지로 보내 살게 하는게 마음에 걸리는 거는 사실입니다.
제대로 혼자 할 수 있는게 없고,
게다가 음식 먹는거 마져 너무나 까다롭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매끄럽게 대응하긴 보다 외골수라 혼자 외로움을 감당 할 아이고.
그런걸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안타깝지만
그런 반면 모든 걸 역으로 생각해 보면 그렇기에 대학이란 큰 사회에가서 여러부류의 사람을 만나봐야 할거 란 생각이 들기도합니다.
부모의 울타리안에서 그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세상이 어떤건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에서 벗어나
아직 완전한 사회는 아니지만 그걸 준비해가는 그런 과정을 갖은 곳에서,
여러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딸이 좀 더 성숙한 사람으로 변해 갈 수 있다면,
굳이 눈물을 흘려야 할 필요가 없을거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대학에 넣어 놓고 돌아 오는 길에 저의 반응은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마스카라 칠한 눈이 다 번져서 너구리가 되어 돌아 올지 아니면 양쪽에 승리의 V자를 그리며 돌아 올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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