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내 얘기들

아빠에게 만들어 준 생일카드를 다시보니

향기향 2013. 6. 21. 07:15

요즘 제가 하는 일이 있어요.

그 동안 뽑아만 놓고 정리하지 않은 사진들을 사진첩에 넣는거에요.

망가진 사진첩에서도  사진들 다 꺼내놓고 날짜 별로 구분하는데, 

사진장수만 대략 8천장 정도가 되니 무척 오래 걸릴 일 이네요.

이 박스 저 박스 뒤지다 보니 아이들이 준 카드도 나오고,

 그 와중에 딸 아이가 지 아빠한테 만들어 준 카드를 발견했는데,

 보다보니 왜 이리 웃음이 나오는지요?


투: 아버지

안녕하세요? 

생일 축하합니다!

별도 몇개 그려주고..알라뷰!



한국말을 못하는 지 아빠한테  어떻게 이런 카드를 만들어 줄 생각을 했는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옵니다.

때가 되면 딸은  식구들을 위해 카드를 만들어 주는데 항상 한마디라도 한국어를 적어 넣습니다.


근데, 전 저 아버지라는 표현이 너무나 따스하게 느껴져서 참 좋은데...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불러 본지는 아주 오래 된 이름이 되었어요...제겐..)

울 쫜은 저렇게 딸이 아버지라 다정히 불러 줬어도 그 느낌이 어떤건지 절대 알 수 없겠지요?


나이들어가는 사람들한테 생일은 더 이상 행복 한 일이 아니라고 들었데요.

아빠가 늙었다고 얘기하는건 아니고...

ㅋㅋ 아빤 늙은게 아니고 단지 늙어 보일 뿐이래요. ㅎㅎㅎㅎ

ㅋㅋ그나마 44살때 받은 카드인데 ..지금은+



뭐 이런것도 나왔네요.


언제 이걸 제게 줬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  아이들이 쓴 작문들 그리고 카드들 그런걸 버리지 않고 습관적으로 모으다 보니 ,

별의별게 다 나옵니다.


자기 예쁘냐 묻고는 뻥친다는 아이!!!!..내가 미쳐요.

저 절대로 저런 말 가르친 적 없어요.

가르친 적은 없고,그냥 했을 뿐이어요.ㅠㅠ

줏어듣고 기억하는 건 제 잘못 아니지요.


아~~ 점점 반성모드로....잘못했습니다.


 이매시지(메세지)를 끝낼꾜..는 어디 말인가요?^^

그리고 엄마의 이쁜 딸이고 사랑을 듬뿍 담아서 썻다며 위뜨 러브엔드 사랑


보다보니 웃음도 나오고 너무나 사랑스러워 같이 보면서,

제 덩치의 배가 넘는 아이를 막 뽀뽀 해주고 안아주었어요.




이건 울 딸이 운동 하러가면 락커에서 쓰는 열쇠에요.

혹시, 번호를 잊어 버리면 안되니까 뒷면에 한글로 번호를 써 놨어요.

이걸 저한테 보여주면서 얼마나 뿌듯 해 했는지 몰라요.

남이 알 수없는 혼자 만의 비밀을 간직한 사람처럼...

혹시, 한국 사람이 보면 어떻게 하려고 하냐 물었더니 이 시골에선 그럴 확률이 없다고 완전 의기양양합니다.


피아노 선생님(한국분)이 딸에게 그랬데요.(이 둘의 모든 수업은 한국어로 이루어집니다)

메겐 너 대학가면 엄마가 슬퍼 할텐데 어떻게 하니?..그러셨데요.

그랬더니 울 멕양이 한국어로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우리 엄마는 절대 슬퍼하지 않고 아마, 속 시원하다고 하실거에요라고...


속 시원 해 할지 엉엉대고 울을지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지금 심정은 솔직히  반반 입니다.

아직 만으로 17살인 아이를 혼자 타지로 보내 살게 하는게 마음에 걸리는 거는 사실입니다.

제대로 혼자 할 수 있는게 없고, 

게다가 음식 먹는거 마져 너무나 까다롭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매끄럽게 대응하긴 보다 외골수라 혼자 외로움을 감당 할 아이고.

그런걸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안타깝지만


그런 반면 모든 걸 역으로 생각해 보면 그렇기에 대학이란 큰 사회에가서 여러부류의 사람을 만나봐야 할거 란 생각이 들기도합니다.


부모의 울타리안에서 그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세상이 어떤건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에서 벗어나

아직 완전한 사회는 아니지만 그걸 준비해가는 그런 과정을 갖은 곳에서,

 여러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딸이 좀 더 성숙한 사람으로 변해 갈 수 있다면, 

굳이 눈물을 흘려야 할 필요가 없을거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대학에 넣어 놓고 돌아 오는 길에 저의 반응은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마스카라 칠한 눈이 다 번져서 너구리가 되어 돌아 올지 아니면 양쪽에 승리의 V자를 그리며 돌아 올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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